수술 후기
7월1일 수술받고 퇴원해서 회사 잘 다니고 있고
7월 29 전신 스캔을 위해 방사선(I-131) 마실 예정인 환자랑 같이 사는 부인입니다.
수술을 앞두고 계신분 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올립니다.

6월 29일 병원에 입원
저는 출근하고 남편만 가방에 베개랑 책한권 넣고 혼자서 입원하러 감 –오후 2시
(목이 아프니까 편한 베개를 가져가라는 분들의 충고로….메모리폼 베게 무척 도움됨)
혼자 병실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병실에서 심전도와  X-RAY를 다시 찍었다고 했습니다.

퇴근후 아이를 데리고 가방들고 병원에있는 아빠 얼굴을 보여주고 할머니한데 데려다줌
(4살 되었는데 환자복입은 아빠를 보더니 뽀뽀만 해주고는 안기려 하질 않더군요)
가방에 갈아입을 옷-제것,보호자용 이불,베게,책,과일칼,
비닐봉투(이것저것 넣는데 필요하더군요)
냉동실에 꽁꽁 얼려간 물 넣은 휴대용 아이스 박스(병실 냉장고가 큰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특히 냉동실은 찜질용 얼음으로 가득차서 비좁았습니다.)
과일 몇 개랑 가져갔습니다-금식으로 전부 제가 먹었습니다.

이날은 수술 전이니까 남편 혼자 병실에 두려고 했는데 보호자가 수술동의서를
써야 된다고 해서 같이 병실에 있었습니다.
도서실이 있어서 우선은 보기 편한 책 몇권 빌려 놓고 같이 기다렸습니다.

3인실이었는데 다들 초짜? 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조용해지는 병실과는 달리 12시가 되도록 TV가 꺼지질
않았습니다.
그놈의 수술 동의서를 언제나 쓰려나 간호사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염탐을 했지요
결국은 12시 넘어서 급한 환자를 처리하고 온듯한-사실이겠지만-구겨진 가운에
피곤해 보이는 얼굴을 한 의사와 -인턴인가?-간호사실에서
차례대로 수술에 관한 설명을 해주고 사인과 함께 지장을 찍으라 했습니다.

수술에 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수술중에 발생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이야기 했습니다
사망까지(이 단어는 꼭 넣어서 설명을 해야 한다고 교육을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음)
솔직히 직접 수술을 할 의사가 아닌 의사한데 수술설명을 듣고 있으니까
무슨 강의시간 같더군요

암튼 병원이라는 곳이 환자를 편하게 두자고 있는 곳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히 치료하는 곳이더군요.

환자를 가만 두질 않았습니다.
잘만하면 들어와서 혈압 잰다고 깨우고,
꼭두새벽에 들어와서 주사 놓고
솔직히 병원생활이 첨이라서 보조침대에 누워있으면서
부시럭 거리는 소리만 나도 벌떡 일어나게 되더군요

나이롱 환자 같은 모습이 끝나고
7월1일 새벽에 링겔을 꽂았습니다.
자정부터 금식.
덕분에 보호자도 굶었습니다.-사실 배고픈 줄도 모르겠던데요

이제나 저제나 수술을 할수 있을까

간호사 실을 기웃기웃~ ‘모르겠다’로 일관하더군요
솔직히 몇 번 물어보니까 더 이상 물으러 가지도 못했습니다.

그래서 수술실을 내려가서 물어보려다 기냥 참았습니다.
(이 병원은 수술실 앞 간호사실에서 어느 정도 정보를 얻을 수는 있더군요
나중에 혹시 순서가 궁금하신 분들은 물어보세요)

오후에 예약이 되어 있어서 2,3시 쯤이나 가지 않을까 했는데
옆 침대 사람이 실려 나가고 나서부터 부산해진 병실.
생각보다 일찍 11시 30분쯤 수술실 들어갈 준비한다고 환자복 갈아 입혀줬습니다.
근데 도대체 속옷까지 왜 벗어야하는지~
물어보니까
데리러 온 사람(꼭 의과대학생으로 보였음) 모르겠다더군요

안 그래도 수술을 앞두고 불안한 사람들인데 옷을 벗기면 더 불안해 하잖아요
안경까지! 안보여도 불안하죠~

물론 수술 중 발생할 수 있는 돌발사태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겠지~라고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만 병원 생활 이틀동안 상당히 호전적이 되었습니다.

의료진에 대해서.
병을 다루는 곳이 병원이지만 병을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물어보지 않으면 무슨 약인지 주사인지 설명도 해 주질 않더군요

암튼
수술실로 굴러 가는 침대에서 손잡고 입구에서 뽀뽀해주고 들여보냈습니다.

11시50분
수술실 입구에서 여러 개 문을 지나 복도에 서있는 남편의 침대가
여러 개의 수술실 중 하나에 들어가기까지 무려 한시간을 기다리더군요-다시 분개!!

왜 도대체 준비도 안된 수술실 앞에 세워놓는건지

앞사람 수술이 예정보다 길어진다고 설명을 하더군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수술 끝내놓고 잠시 쉬었다 하자면서
같이 나가서 커피한모금 담배 한 개피하고 들어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어가 같이 있어주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역시 참았습니다.
의사 기분나쁘면 안 예쁘게 꼬매줄까봐~

수술실에 들어가는 사람도 그렇고 보호자도 그렇고
병원에서의 기다림은 병을 고치기 위한 통과의례 같습니다.

수술실 현황판 남편이름과 병명이 들어오는걸 보고서야 실감이 났습니다.

남편은 지금 TV에서 나오는 것처럼 입에 호스를 물고 늘어진 닭마냥 이리저리
움직여도 모르고 목이 잘려지고 있겠지….너무 심한 표현인가?

수술실에서 나올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기다림 중에서 수술실 앞에서의 기다림은 더욱 힘듭니다.
책을 읽고는 있었는데 눈에 안 들어 오더군요

2시간정도 기다리다 배가 고파 밖에 나가 팥빙수 한그릇 먹고오니
그새 회복실로 옮겼더군요
하지만 회복실도 수술실 내에 있어 한참 더 있고서야 침대가 보였습니다.
의식이 있더군요(의식이 돌아와야 회복실에서 나온다는 걸 몰랐습니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무사한걸 보니까 정말! 너무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웠습니다.
모두에게~

병실로 돌아오니까 오후 3시50분
4시간 걸렸네요-수술전 기다린 시간 빼면 전부 3시간이네요

옷을 입히고 (입고간 수술복은 덮고 있더군요)  -옷을 입히는데 부인은 왜 나가 있으라는지~

본격적으로 병간호를 했습니다.

수술후 바로 움직임이 가능해서 일어나 앉았지만 목을 가누기가 무척 힘들어보였습니다.
수술중 목을 뒤로 젖히고 2시간 가량을 꼼짝않고 있으니까
근육이 아플만도 하죠?!

주물러 주려고 해도 목 부위를 건드리지 않고는 힘들어서 그냥 찜질만 해주고
간호사 몰래 파스도 발라주고~
간호사에게 파스 붙인다니까 그냥 두라더군요~
그래서 제 생각대로 간호하기로 했습니다.

앞에 어느분이 수술 후 팔 안쪽에 의문의 긁힌 상처가 있다고 하셨는데
남편도 그게 있더군요
예민한 부분이니까 수술실에서 단단히 목부분을 고정시키면서 생기는건지~

의문의 상처~ 이것도
물어볼 사람이 없어서 못 물어봤습니다.

이것저것 같다 달라는 거 주고,
먹여주고-금식은 저녁 7시쯤 풀렸습니다.
물 넘기는것도 힘들어해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진통제 맞으라는 걸 바로 맞았으면 목이 빨리 부드러워질텐데
남편이 안 맞겠다고 해서 좀더 고생했습니다.

수술직후 목소리는 많이 가라앉았지만 다행히 점점 나아졌습니다.
궁금해서 반창고 사이로 들여다 보니까 절개는 10cm정도
이제는 3~4시간마다 간호사들이 들여다 보더군요

근데 회진도는 의사 붙잡고 물어보다가는 고참?의사보다는
레지던트들한데 더 눈총받습니다.
부갑상선을 남겼는지,수술중 알고 있는 종양외에 다른 것이 발견된 건 없는지
물어봤는데

마치 썰물이 빠져나가듯이 의사를 중심으로 호위해서 나가버렸습니다.
대답을 확실히 듣지도 못했는데

에라~ 치사해서
진짜~이런 심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얼른 퇴원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고 남편을 열심히 간호했습니다.

수술 다음날
금식은 풀렸지만 넘기기 힘들어 죽으로 세끼를 먹었습니다.
일어날때만 머리를 잡아주면 움직임은 좋은데
여전히 목 뒤가 아파서 열심히 주물러주었습니다.
아마 근육이 아픈 것 때문에 실제 상처는 안 아픈가 봅니다.

왜 이리 면회자가 많은지~
말을 좀 했더니 금방 목이 가라앉아서 후회했습니다.
그때 가라앉은 목소리가 퇴원하고 일주일이나 갑니다.
수술하고 다음날까지는 면회 금지를 시켜야겠더군요-절대안정

수술 후 이틀째 되는 날  
움직임-이상없음.
목소리-잘 나옴
이렇게 대답했더니 내일 퇴원 하라더군요

둘째 날은 링겔도 뽑고 피주머니만 있어서 열심히 움직였습니다.
근데 주사만 맞으면 잠들어요
항생제가 들어가면 무척 속이 메스껍다는군요.
하루 2번씩 맞았습니다.

컨디션 좋을 때 남편에게 서약서를 받았습니다.
“상기 본인은 앞으로 담배를 피지 않을것이며 이를 어길시에는…….
남편은 아직까지도 주장하는 것이
‘의사가 담배 끊으라’는 말이 없었다 라고 하는데
제가 아래의 기사를 내밀고 각서를 받았습니다

흡연, 갑상선 비대 위험 증가시켜
[출처 : Reuters health : 2002년 02월 26일]

덴마크 연구자들이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지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흡연은 요오드 결핍이 흔한 지역에서 갑상선 비대증 발생 위험을 더욱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하 생략

그리고 음주는 최대 소주 3잔,맥주는 2병
다음날이 퇴원이라고 생각하니 나는 너무 기쁜데
우리남편은 와이프가 간호사 귀찮게 해서 쫒겨나는 거랍니다.
환자니까 제가 참았습니다.

수술후 삼일째
일찌감치 병실 물건들을 옮기기 시작해서
9시쯤에는 깨끗이 정리된 상태로 침대에 앉아 기다렸습니다.

피주머니 빼고 상처에는 소독한번-빨간약으로
수술후 방사선 치료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갑상선약은 빼고
나머지약(항생제 칼슘약,칼슘흡수제,소화제등)한가득 받고
돈내고 퇴원했습니다.

닷새입원 3인실 82만원 나왔더군요
퇴원 후 운전석에 앉길래 조용히 타일렀습니다(!)
애가 따로 없다니까요
이상이 수술 후기입니다.

전신스캔을 받기 위해 다음주부터 저 요오드식에 들어갑니다.
29일 동위원소 약간 마시고 8월1일 촬영합니다.
수술은 별거 아니라는 말을 여러분들이 하셨는데 맞는것 같네요
식이요법으로 식단을 어떻게 짜야하는지 머리가 아프네요
회사에 도시락도 싸줘야 하고…..

휴~
전신 스캔 후에 상태를 보고 방사선요법을 받자고 하는데
(거의 받는다고는 하네요)
그러면 수술 후 6주간 호르몬 없이 지내야 한다는 결론인데
남편이 아무쪼록 잘 견뎌내길 바랄 뿐입니다.

다시금 여러분들의 글을 읽고 공부하고 있습니다.
쓰다 보니까 너무 긴 글이 되었네요
처음에는 입원기간 상세한 리포트를 쓰려고 했는데
제가 애기 때문에 병원이랑 집이랑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놓친 것도 많고 해서 이렇게 느낌을 적었습니다.

이곳은 주로 환자분 들이 많으신데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저도 지금 그 말이 제일 듣고 싶어요
그럼 전신스캔과 방사선 치료받고 후기를 올리기로 약속드리며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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